전체 글 (100) 썸네일형 리스트형 무진기행 무진기행 -김승옥- 버스는 무진 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초가지붕들도 유월 하순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철공소에는 들리는 쇠망치 두드러지는 소리가 잠깐 버스로 달려들었다가 물러났다. 어디선지 분뇨 냄새가 새어 들어왔고 병원 앞을 지날 때는 크레졸 냄새가 났고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 빠진 유행가가 흘러 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밑의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릇을 깨트리고 신영복, 성공은 그릇이 가득 차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공은 가득히 넘치는 물을 즐기는 도취임에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그 자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트린 축에 속합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내게 천만원이 생긴다면 길었던 2년간의 취준생 생활을 끝내고 작년 취직했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회사였는데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인사발령이 나서 조금 먼 곳으로 가게 되었다. 걸어서 지하철 역까지, 지하철로 3~4정거장을 거쳐, 버스를 갈아 타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몇 주 간 통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승용차 구매를 생각하게 됐다. 여유자금에 맞춰서 차량을 구매하려고 결정했을 무렵, 친구와 함께 일산 킨텍스로 놀러 가게 됐다. 그곳에선 G사에서 신규 출시한 자동차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역동적인 우아함, 14.5인치의 증강현실 네비게이션, 깔끔한 내장 디자인 등을 강조한 것이 인상깊었다. 친구와 함께 시승을 했다. 코너링도 깔끔했고 내부 디자인은 정갈했고 실내 공간은 넓어서 .. 실수의 위치 어느 유명인강 강사가 '7등급 이하는 용접이나 해야지' 라고 용접공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 강사는 sns, 유투브 댓글창을 닫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직업의 귀층을 나누고 특정 계층을 무시하는 발언은 잘못된 것이고 이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다 가끔 유명인들이 이처럼 잘못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는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종종 내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말실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에, 남들을 웃기려는 의도로, 아니면 정말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철이 없어서 잘못된 말을 한적이 있다.. 오바마 연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여러분들이 쓴 모든 기사를 즐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관계의 특징이죠. 여러분들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칭찬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에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의무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이죠. 여러분들은 바로 그 일을 해내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여러분들의 결론에 늘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그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 건물에 여러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백악관은 더 잘 작동했습니다. 우리를 정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 게임으로 보는 직업 내가 처음 해본 온라인 게임은 바람의 나라였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친구의 형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캐릭터가 나무 칼을 들고 토끼랑 다람쥐를 잡는데 너무 재밌어보였다. 친구형은 내게 해보라면서 컴퓨터 자리를 비켜주었다. 난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 세계에 빠졌다.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토끼를 잡았고 말을 타고 부여성을 여행했다. 가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건 레벨이었다. 레벨이 올라야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고, 성과가 숫자로 바로 보이니 레벨에 집착하게 되었다. 아마 레벨 5~10 사이에 직업을 선택하는 걸로 기억한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직업을 선택할 레벨이 된다. 한 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다고 경고하는 n.. 인생 책 인생 책이 뭐에요?'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독서토론을 해온 나를 보고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겠다.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책에서 감명을 느끼지 않은건 아니지만 쉽게 빠져나가고 나도 이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얼마전 방송된 '멜로디 책방'에서는 패널들이 본인들의 인생책을 소개하고 이 중 한 권을 선정해 책 ost를 만들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책 ost를 만든다는 것도 참신하다고 생각했지만 인생책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패널들이 더 대단했다. 나는 인생책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한 책이고, 대단한 의미를 가지며, 남들이 너무 잘 알고있는 책은 피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다. 방송을 보면서도 해리포터를 소개할 때는 뭐야.. 하며 김새기도 헀고 어.. 컨베이너 벨트 왼쪽엔 무릎까지 올라오는 쇠로 된 탁자 눈 앞엔 내 쪽으로 다가오는 컨베이너벨트 분홍색 물체가 앞으로 오다가 갈고리와 함께 올라간다.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 이내 익숙해져서 처음부터 귀마개를 껴서 어느 순강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컨제이너벨트 끝에는 수직으로 이어져 있는 터널같은 크기의 길이 있다. 한 아름 정도 되는 지름의 동그란 길 그 길로 쪼르르르 몇마리 씩 이어서 걸어온다. 몇 초 후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돼지가 다가오면 나는 다가간다. 붉은색 액체를 튜브에 담고 다시 내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쇠로 된 탁자에 올려 놓고 무한정 반복 왼쪽을 쳐다보니 돼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오른쪽을 쳐다보니 돼지들이 끌려가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 이곳. 이전 1 ··· 3 4 5 6 7 8 9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