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아하는 것 살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것보다 훌륭한 것이 많은데 고작 그런 것에 만족하다니, 바보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방심하고 있었는데,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주며 어떻게든 내 손의 바나나를 시시해 보이게 만들려는 사람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말을 듣지 않는다. 먹어볼 만큼 먹어봤어도 내겐 바나나가 제일이었고, 지금까지 못 먹은 과일은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을 테니까. -김보통, 행복은 바나나- 꿈들이 산다. 한겨레 21 칼럼 고시원에는 꿈들이 산다. 중국에서 온 동포들 돈 많이 벌어 고향 마을에 두고 온 아이들을 찾아가는 꿈. 붉은 수수밭이 펼쳐져 있고 옥수수밭 끝 간 데 없는 그곳, 러시아에서 온 동포들. 돈 많이 벌어 고향 마을에 두고 온 나타샤를 찾아가는 꿈. 침묵의 봄 침묵의 봄 by 레이첼 루이즈 카슨 봄을 알리는 철새들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가득 찼던 아침을 맞는 것은 어색한 고요함 뿐이다. 노래하던 새들은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던 화려한 생기와 아름다움과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렸다. 무진기행 무진기행 -김승옥- 버스는 무진 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초가지붕들도 유월 하순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철공소에는 들리는 쇠망치 두드러지는 소리가 잠깐 버스로 달려들었다가 물러났다. 어디선지 분뇨 냄새가 새어 들어왔고 병원 앞을 지날 때는 크레졸 냄새가 났고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 빠진 유행가가 흘러 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밑의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릇을 깨트리고 신영복, 성공은 그릇이 가득 차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공은 가득히 넘치는 물을 즐기는 도취임에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그 자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트린 축에 속합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오바마 연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여러분들이 쓴 모든 기사를 즐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관계의 특징이죠. 여러분들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칭찬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에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의무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이죠. 여러분들은 바로 그 일을 해내셨습니다. 심지어 제가 여러분들의 결론에 늘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그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 건물에 여러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백악관은 더 잘 작동했습니다. 우리를 정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 글쓰기 연습 필사 묘사 200104 그러더니 그녀가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그들은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있었다. 몸은 욕망으로 팽팽해진 채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들은 그렇게 일모로그 언덕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서도 안 보이고, 향기로운 정원 같은 그녀의 몸 때문에 노발대발하여 인상을 찌푸린 채 이를 갈고 있는 케임브리지 프로드샴의 눈에도 안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그들은 씨름을 하기 시작헸다. 그들은 땅에 떨어지는 대신, 푹신푹신한 구름 속으로 떨어져 일모로그의 언덕과 계곡 위에서 천천히 춤을 추었다. 광야를 달리는 말 광야를 달리는 말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맞바람이 치던 야산 언덕이었다. 언땅이 곡갱이를 튕겨내서 모닥불을 질러서 땅을 녹이고 파내려갔다.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때 나는 육군에서 갓 제대한 무직자였다. 아버지는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셨고,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병장 계급을 달고 외출을 나와서 가끔씩 아래를 살펴드렸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 아래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 너 이러지말고 나가서 놀아라 좀 놀다가 부대에 들어가야지.“ 아버지는 장작처럼 마른 팔 다리를 뒤척이면서 말했다. 땅을 파는데 한 나절이 걸렸다. 관이 구덩이 속으로 내려갈 때 내 어린 여동생들은 따라들어갈 것처럼 땅바닥을 구르며 울었다. 불에 타는 듯한 다급하..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