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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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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한여자의 육체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와 같다. 내 거칠고 농부같은 몸은 너를 파 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고, 밤은 그 강력한 침입으로 나를 업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화살의 활처럼, 내 투석기의 돌처럼 벼렸다. 그러나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벗은 몸, 이끼의, 갈망하는 단단한 밀크의 육체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방심으로 가득 찬 네 눈 그리고 네 치골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우아함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내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하상(河床) 그리고 피로가 따르며 가..
성대중 - 청이부각~ 청이부각, 화이불탕, 엄이불잔, 관이불이 "청렴하되 각박하지 않고,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 엄격하되 잔인하지 않고,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는다." 명대후일, 이부타인, 재세여여, 재관여빈 "이름은 뒷날을 기다리고, 이익은 남에게 미룬다. 세상을 살아남은 나그네처럼, 벼슬에 있는 것은 손님같이."
임태주 시인의 어머니가 쓴 글 임태주 시인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쓰는 것이 천만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되서 좋았고,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무며,감자알이 ..
가담항설 명문장 - 저도 한 때는 복사꽃 같이 화사한 살결을 가졌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봄이 가고 꽃이 지듯이 나의 인생에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 겨울같이 메마른 손과 노쇠한 육신만이 남았는데 내가 꽃 같은 나이에 꽃 같은 젊음을 바쳐 피워냈던 이 아이를 어찌 봄만을 보고 지는 목련 꽃처럼 떨구셨습니까? 나의 봄은 겨울보다 냉정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저의 모든 지난 날은 찰나의 꿈이었습니까? - 사람의 마음이란건 말이아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반드시 얻을 수 있는게 아냐. 주는 만큼 돌려 받을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지 않으면 애초에 얻을 수 없는 거니까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 다는 걸 알면서도 전부를 걸어야 된다는 ..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가장 화려한 사람들은 그 화려함으로 외로움을 배우게 된다.
내가 사는 공간이 곧 나 자신 내가 사는 공간이 곧 나 자신 도미니크 로로,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 선택한 것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는 것에 대해 확고한 취향도 선택도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조화롭게 풀어내려면 외부 환경이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열망과 부합해야 한다. 건축가와 인류학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한 개인의 정신을 찍어 내는게 바로 집이며, 인간은 자신이 사는 장소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환경은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고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장소를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랑 없는 인생 사랑 없는 인생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사랑이 없는 인생, 곁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지 못한 인생은 여러 에피소드가 뒤섞인 ‘서랍식 희극’ 즉, 서랍만 잔뜩 있는 시시한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랍을 차례로 하나씩 열었다 닫고 서둘러 또 다음 서랍을 연다. 설령 근사한 일이나 의미 있는 일을 찾아냈다고 해도 그 모든 일이 결코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나무 잎에 쌓인 눈처럼 오이겐 해리겔,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수월하게 활쏘기의 ‘위대한 가르침’을 드러내는 의식 속으로 빨려 들어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의식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마치 꿈을 꾸듯 의식에 인도됨을 느꼈다. 거기까지 선생님의 예언은 입증이 된 셈이다. 그러나 활시위를 놓는 순간,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최대로 활을 당긴 상태에서 기다리며 머물러 있는 일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이내 팔의 힘이 빠지고 또 매우 고통스러워서 나는 자꾸만 자기 몰입의 상태에서 벗어났고, 자연히 활을 발사하는 일에만 온 신경이 쏠렸다. “발사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은 나에게 충고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