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한 때는 복사꽃 같이 화사한 살결을 가졌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봄이 가고 꽃이 지듯이 나의 인생에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 겨울같이 메마른 손과 노쇠한 육신만이 남았는데 내가 꽃 같은 나이에 꽃 같은 젊음을 바쳐 피워냈던 이 아이를 어찌 봄만을 보고 지는 목련 꽃처럼 떨구셨습니까?
나의 봄은 겨울보다 냉정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저의 모든 지난 날은 찰나의 꿈이었습니까?
- 사람의 마음이란건 말이아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정성을 쏟는다고 해도 반드시 얻을 수 있는게 아냐. 주는 만큼 돌려 받을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돼. 그러지 않으면 애초에 얻을 수 없는 거니까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 다는 걸 알면서도 전부를 걸어야 된다는 말이야.
- 완벽한 인간이란 건 없어. 하지만 나의 약점은, 나의 불행은,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너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 되게 만들지. 그리고 그건 널 강하게 만들어. 니가 소중하니까 너를 위한 강한 내가 되는 거야.
- 과거의 나는 춘매를 한없이 사랑하였으나, 그것은 그때의 춘매를 그때의 내가 사랑한 것이며,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때의 그 순간임을, 하지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춘매의 시간은 그날로 멈추었지만, 나는 그 후로 9년을 더 살았고, 나는 춘매에게 그때의 내가 아니며, 나 또한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춘매를 대할 수 없다. 춘매가 알고 있던 세상과 내가 알게 된 세상은 완전히 다른 것이고, 춘매의 이상과 나의 이상은 더 이상 동시에 공존할 수가 없는 것이 되었다.
- 공정한 기회보다 공평한 불행을 바라는게 인간이다.
- 빛이 없는 어둠에 짧게 울었다가, 홀로 우는 내가 서글퍼 길게 울었다. 내가 나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때까지
-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 울 옆엔 맑은 시냇물, 그 위엔 누대가 서있고 대 앞에는 가득히 복사꽃이 만발했네. 꽃잎을 은밀하게 흐르는 물에 띄워보내지 말라. 어부가 찾아들까 염려되나니.
- 임이 온다 하기에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고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뜩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야말로 임이로구나, 엎치락뒤치락 허둥거리며, 진 곳 마른 곳 가리지 않고, 우당퉁탕 건너가서, 정이 넘치는 말을 하려고 곁눈으로 힐끗 보니, 허수아비가 알뜰히도 나를 속였구나, 마침 밤이기에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 웃길 뻔 했구나.
- 달이 뜨지 않는 날에도, 얆은 초승달이 뜨는 밤에도 너는 결국 보름달이 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잖니. 진실이 없는 게 아니란다. 어둠에 가려져 있는거지
- 가담항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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