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해본 온라인 게임은 바람의 나라였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친구의 형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캐릭터가 나무 칼을 들고 토끼랑 다람쥐를 잡는데
너무 재밌어보였다.
친구형은 내게 해보라면서 컴퓨터 자리를 비켜주었다.
난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 세계에 빠졌다.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토끼를 잡았고 말을 타고 부여성을 여행했다.
가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건 레벨이었다.
레벨이 올라야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고, 성과가 숫자로 바로 보이니 레벨에 집착하게 되었다.
아마 레벨 5~10 사이에 직업을 선택하는 걸로 기억한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직업을 선택할 레벨이 된다. 한 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다고 경고하는 npc의 말에
8살 꼬맹이는 고민을 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불을 쏘는 마법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 번 선택하면 직업을 바꿀 순 없었다.
게임을 하다가 직업을 잘못 고른 것 같아서 후회할 때도 있었고, 다른 직업은 어떨까 궁금해 한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에 직업을 선택하고, 평생 그 직업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단지 마음에 안들면 다른 캐릭터를 키워서 두 삶을 살면 됐다.
현실은 게임 속 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보인다.
게임이 5~10 레벨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직업을 20~30대에 선택한다.
한번 고르면 직업을 바꿀 수 없는 게임에 비해 현실에서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곧 내게 직업을 선택할 시기가 다가온다.
게임과 달리 충분히 고민하고 고민하고 선택한 이 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