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
내 마음속 풍경
복거일,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이 바뀐다. 몸이야 눈에 뜨이게 바뀌지만, 마음도 많이 달라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몸은 점점 쇠퇴하지만, 마음은 어떤 면들에선 나아진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패기가 있고 늙은이들은 지혜가 있다는 얘기는 어느 사회에서나 나오는데, 일리가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나 상상력은 어쩔 수 없이 줄어들지만, 지혜라 불리는 판단력은 잘 익어가는 과일처럼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나도 지금은 젊었을 때와 내면 풍경이 크게 다르다. 젊었을 때의 마음속 풍경은 강렬한 원색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빛깔이 훨씬 흐릿하다. 높았던 야심의 산줄기가 낮은 언덕으로 풍화되었고, 기억의 골목마다 깨어진 꿈들의 조각들이 발길에 채인다. 아쉽게도, 득의의 기억들은 세월에 쉽게 바래지는데, 그 많은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