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고향에 다녀왔다.
곧 이사예정이라 이삿짐 정리도 할겸해서 다녀왔다.
저녁 7시쯤 유스퀘어 광천터미널에 도착하고나서 택시를 기다렸다.
그 시간대엔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꽤 많았다.
원래의 나라면 줄을 기다리지 않았겠지만, 그날은 캐리어 한개가 꽉차있어서 도저히 그거를 들고 이동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길고길었던 택시줄에 나도 걸쳤다.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지만, 밀린 정체길을 거쳐 광주에 도착한 나로써는 이 시간 또한 매우 피로하게 느껴졌다.
겨우내 기달려 택시를 탔다.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택시기사님은 유난히 말이 없는 편이었다.
택시를 많이 타진 않지만, 지난 번에 광주에 왔을 때 탔던 택시에서 기사님이 말씀이 너무 많으셨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사님은 조용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아무말도 안하니 뻘쭘했다. 라디오 소리만 차안의 적막감을 깨려고 발버둥칠 뿐 나머지 존재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택시가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했을 때였다. 기사님은 창문을 열더니 옆 택시 기사님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디 가는겨 왜 자꾸 따라와~'
사실 지금 회상해봤을 때 어떤 대사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하지만 그토록 조용하시던 기사님의 목소리가 너무 인상깊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두 기사님은 이내 초록불이 되자 서로 헤어졌다.
난 그 순간 미소지어졌다.
한없이 조용하고 외로운 택시 그 공간에 있다가 동료를 만난 기쁨은 어떤 기분일까?
그 순간 찰나가 고독하게 달렸던 기사님에게 조그마한 햇살이 되었기를...
집에 오는길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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