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김승옥-
버스는 무진 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기와지붕들도 양철지붕들도 초가지붕들도 유월 하순의 강렬한 햇볕을 받고 모두 은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철공소에는 들리는 쇠망치 두드러지는 소리가 잠깐 버스로 달려들었다가 물러났다.
어디선지 분뇨 냄새가 새어 들어왔고
병원 앞을 지날 때는 크레졸 냄새가 났고
어느 상점의 스피커에서는 느려 빠진
유행가가 흘러 나왔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처마 밑의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